단상7 알바니아에서 여행 중단하기 티라나 호스텔에서 샤워를 끝내고 휑뎅그레한 마음으로 잔 이후로 심경의 변화가 말 그대로 시시각각이다. 이 나라의 상황이 그만큼 시간단위로 변하고 있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가 다르고 그에 따라 기분도 널 뛰었는데, 대부분은 계속 안 좋은 쪽으로 널뛰고 있다. 그래도, 알바니아를 벗어나 몬테네그로나 북마케도니아로 가면 상황이 다르겠지 하는 마음에 아침에 일어나 버스표를 알아보러 국제버스터미널에 갔었다. 가는 길에 유명한 스칸데르베그광장이 있고 국립역사박물관이 있어서 잠시 관광객모드로 사진을 잠깐씩 찍었다. 오랜만에 박물관을 볼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보았지만 굳게 닫혀있어, 그때서부터 알바니아에서 관광은 전혀 불가능하리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제일 큰 박물관이 닫았을 정도면 자잘한 공간들은 당연히 .. 2020. 3. 15. 코로나시대의 여행 25일간 (자칭)코로나 청정지대인 터키에서 큰 위압감 없이 여행을 끝내고 방금 알바니아 티라나(Tirana)에 도착하니 새삼 이 바이러스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걸 체감한다. 터키는 공항을 제외하면 비교적 아직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해피한 분위기였어서. 그래. 공항은 워낙 사람이 밀집되어있으니까 서로 경계하고 군중의 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는게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티라나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는 순간 아, 나 정말 위험해보이는구나. 이건 체감이 아니라 절감이다. 이미 하루치 스트레스가 차고 넘쳐보이는 심사원은 '허.. 꼬레아.' 하더니 공격적으로 간단한 질문을 쏟아냈다. 알바니아엔 처음이냐 왜 왔냐 친구있냐 친구 없는데 왜 왔냐 뭐할거냐. 체온도 정상, 답변도 정상이니 거부할 포인트가 .. 2020. 3. 12.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종종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이런게 여행인걸까? 나는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그저 '살고'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더 액티브하게 더 소셜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출발 전 상상은 역시 상상이었나. 겨울 비수기라서 그런걸까? 새로운 사람들을 막 만나고 싶다가도 그냥 혼자 다니고 싶어진다. 숙박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카우치서핑만을 통해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허공을 떄리면서 잡생각을 하고 싶다. 유명 관광지는 최대한 천천히 최소한으로 돌아보고 싶다. 나는 열정이 없는 것인가? 나는 그냥 '사는게' 주 목적이고 여행과 관광은 곁다리로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카우치서핑을 간간히 섞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2020. 3. 7. 전세계적 유교걸되기 거부하기 브라쇼브와 브란성을 오가는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확히는 브란성을 구경하고 시내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성으로 갈 때와는 달리 성 주변 마을에서 주민들이 꽤 많이 탔고 중간 중간 내렸다. 나는 올 때나 갈 때나 같은 좌석에 앉았다. 일행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2+1 좌석에서 당연히 하나짜리 자리에 앉았다. 시내까지 반 정도 남았을까? 위 아래로 검은 복장을 한 젊은 수도사와 백발의 할머니가 탔다. 수도사가 먼저 탔는데 마지막 자리였던 건지 할머니가 어정쩡하게 통로에 서게 되었다. 이 때부터 착한 사람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앞좌석 쪽에 의자 손잡이를 잡고 서 계셨는데, 그 손잡이를 보고 앉아있는 중년 여성 분이 눈짓과 바디랭귀지로 자기 자리에 앉으시겠냐고 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괜찮다며 .. 2020. 2. 1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