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이런게 여행인걸까? 나는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그저 '살고'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더 액티브하게 더 소셜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출발 전 상상은 역시 상상이었나. 겨울 비수기라서 그런걸까? 새로운 사람들을 막 만나고 싶다가도 그냥 혼자 다니고 싶어진다. 숙박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카우치서핑만을 통해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허공을 떄리면서 잡생각을 하고 싶다. 유명 관광지는 최대한 천천히 최소한으로 돌아보고 싶다. 나는 열정이 없는 것인가? 나는 그냥 '사는게' 주 목적이고 여행과 관광은 곁다리로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카우치서핑을 간간히 섞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호스트들은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빠르게 여행정보를 주고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가 입을 나불거리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때만 카우치서핑을 열심히 둘러본다.
아무튼 나에 대한 지나친 탐구는 끝나지가 않는다. 예전엔 내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에 집착하면서 비교하고 스스로 깎아내리곤 했는데,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이렇기도하고 저렇기도 하구나, 내가 이렇구나, 음 또 그런 시기구나 하면 되더라.
한국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배울 것 돈 벌것 뛰어다닐 것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다. '나 뭐하냐 지금?' 하는 생각은 한국 돌아갈 생각 때문에 또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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