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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여행50

알바니아에서 여행 중단하기 티라나 호스텔에서 샤워를 끝내고 휑뎅그레한 마음으로 잔 이후로 심경의 변화가 말 그대로 시시각각이다. 이 나라의 상황이 그만큼 시간단위로 변하고 있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가 다르고 그에 따라 기분도 널 뛰었는데, 대부분은 계속 안 좋은 쪽으로 널뛰고 있다. 그래도, 알바니아를 벗어나 몬테네그로나 북마케도니아로 가면 상황이 다르겠지 하는 마음에 아침에 일어나 버스표를 알아보러 국제버스터미널에 갔었다. 가는 길에 유명한 스칸데르베그광장이 있고 국립역사박물관이 있어서 잠시 관광객모드로 사진을 잠깐씩 찍었다. 오랜만에 박물관을 볼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보았지만 굳게 닫혀있어, 그때서부터 알바니아에서 관광은 전혀 불가능하리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제일 큰 박물관이 닫았을 정도면 자잘한 공간들은 당연히 .. 2020. 3. 15.
코로나시대의 여행 25일간 (자칭)코로나 청정지대인 터키에서 큰 위압감 없이 여행을 끝내고 방금 알바니아 티라나(Tirana)에 도착하니 새삼 이 바이러스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걸 체감한다. 터키는 공항을 제외하면 비교적 아직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해피한 분위기였어서. 그래. 공항은 워낙 사람이 밀집되어있으니까 서로 경계하고 군중의 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는게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티라나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는 순간 아, 나 정말 위험해보이는구나. 이건 체감이 아니라 절감이다. 이미 하루치 스트레스가 차고 넘쳐보이는 심사원은 '허.. 꼬레아.' 하더니 공격적으로 간단한 질문을 쏟아냈다. 알바니아엔 처음이냐 왜 왔냐 친구있냐 친구 없는데 왜 왔냐 뭐할거냐. 체온도 정상, 답변도 정상이니 거부할 포인트가 .. 2020. 3. 12.
불가리아 - 마음의 안식처, 흑해도시 부르가스 사실 흑해를 보기 위해서 루마니아에서 콘스탄차(Constanta)라는 해안도시를 갈까 했었다. 그곳에서 불가리아 바르나나 부르가스로 국경을 넘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중에 터키로 진입할 때 소피아를 안 거치고 가자니 찜찜하고 거리도 너무 멀었기에 소피아를 먼저 간 것이었다. 그리고 부르가스를 안 거치고 바로 플로브디브에서 터키로 들어갈까도 고민했었다. 터키에서도 흑해는 볼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터키는 당시에 내 머릿속에서 굉장히 복잡터지는 나라였기 때문에 여유있게 바다를 만끽할 수 없을거란 예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딱 맞았고 부르가스의 흑해를 본 나는 여행의 속도를 확 늦추게 되었다. 총 9일을 이 도시에서 보내게 된다. 2박 3일을 예약했던 숙소는 키친겸 거실공간에서 노트북작업하기에도 쾌적하.. 2020. 3. 10.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종종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이런게 여행인걸까? 나는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그저 '살고'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더 액티브하게 더 소셜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출발 전 상상은 역시 상상이었나. 겨울 비수기라서 그런걸까? 새로운 사람들을 막 만나고 싶다가도 그냥 혼자 다니고 싶어진다. 숙박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카우치서핑만을 통해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허공을 떄리면서 잡생각을 하고 싶다. 유명 관광지는 최대한 천천히 최소한으로 돌아보고 싶다. 나는 열정이 없는 것인가? 나는 그냥 '사는게' 주 목적이고 여행과 관광은 곁다리로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카우치서핑을 간간히 섞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2020.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