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성을 다녀온 사람들은 펠레슈성을 보고 나서는 거기에 쓴 돈과 시간을 아까워한다. 하긴 브라쇼브 시내에서 브란성을 왕복하는 데만도 4시간이 깨지니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도 펠레슈성만 보러 갈 것 같다. 펠레슈성은 디즈니랜드 로고의 모티브가 된 성이다. 루마니아 왕가의 별궁이라고 하는데 과연 온갖 예쁘고 고풍스러운 것은 여기에 다 모여있는 듯 했다. 시나이아는 브라쇼브에서 1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도착한다. 성까지는 오르막길이라던데 짐을 어디 보관할 데가 없나 찾아보니 어떤 외국 사이트에서 근처 호텔에서 짐보관 서비스를 해준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구글리뷰와 비교해서 보니 현재는 그런 것 같지 않고, 그저 시나이아 기차역에서 직접 보관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화장실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말을 하면 키를 들고 따라오라고 한다.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성으로 바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지 않는 나 같은 뚜벅이라면 보통 시나이아수도원을 먼저 보고 거기서 성으로 가기 마련인데 길이 두 가지이다. 어느 길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성으로 올라갈 땐 1번길, 내려올 땐 2번 숲길로 내려오는 게 좋은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안 채로 간 것은 아니고 구글지도가 가라는 데로 간 것인데 1번길이 멀어보이고 갑자기 좁은 길로 가라 그래서 흠칫하고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론 좋았다.
아무래도 겨울이고 평일이다보니 나 처럼 걸어 올라가는 이는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지도에서 샛길로 들어가라 그럴 때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펠레슈성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차로도 올라오고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니 걷기 싫은 사람은 타고 올라오면 된다.
티켓은 1층만/1,2층모두 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고 사진을 촬영하고 싶으면 허가비를 따로 내야 한다. 나는 모두 선택하여 총 4만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적당히 모이면 가이드가 나와서 투어를 해준다. 그래서 가이드를 들으면서 틈틈히 사진을 찍어야 한다. 가이드의 영어발음은 분명 잘 배운 사람의 영어가 맞는데 이상하게 잘 들리지가 않아 집중은 잘 되지 않았다. 사진촬영비를 낸 값을 뽕 뽑고 싶어서 각 방마다 셔터를 엄청 눌렀다.
처음으로 글보다 사진이 훨씬 많은 네이버블로그같은 페이지를 썼다.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펠레슈성은 정말 보는 게 다라서 어쩔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수도원을 찬찬히 둘러본 시간,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쁜 주택들과 눈 덮인 산을 보는 길이 참 좋았다. 성을 다 보고 내려와서는 역 아래쪽에서 길거리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상가들을 어슬렁거렸다. 돈을 많이 벌어서 즐비한 호텔 중 하나에 들어가 여름날에 숙박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수도인 부쿠레슈티로 가면 되니 왠지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내가 예약해놓은 기차는 2시간이나 기다려야해서 시나이아역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마니아 - 나의 부쿠레슈티 세이버 (0) | 2020.02.20 |
---|---|
루마니아 - 부루레슈티, 너 정말 못 생겼구나 (0) | 2020.02.18 |
루마니아 - 유치한 소망을 이루러 가다, 브라쇼브 (0) | 2020.02.15 |
루마니아 - 투르다 소금광산 (0) | 2020.02.14 |
루마니아 - 어마어마한 하루 (0) | 2020.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