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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루마니아 - 시나이아 펠레슈성, 진짜 성은 여기에

by 그림그리는돌고래 2020. 2. 15.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근방이라면 시나이아에 들려 펠레슈성을 보면 좋겠다.

  브란성을 다녀온 사람들은 펠레슈성을 보고 나서는 거기에 쓴 돈과 시간을 아까워한다. 하긴 브라쇼브 시내에서 브란성을 왕복하는 데만도 4시간이 깨지니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도 펠레슈성만 보러 갈 것 같다. 펠레슈성은 디즈니랜드 로고의 모티브가 된 성이다. 루마니아 왕가의 별궁이라고 하는데 과연 온갖 예쁘고 고풍스러운 것은 여기에 다 모여있는 듯 했다. 시나이아는 브라쇼브에서 1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도착한다. 성까지는 오르막길이라던데 짐을 어디 보관할 데가 없나 찾아보니 어떤 외국 사이트에서 근처 호텔에서 짐보관 서비스를 해준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구글리뷰와 비교해서 보니 현재는 그런 것 같지 않고, 그저 시나이아 기차역에서 직접 보관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화장실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말을 하면 키를 들고 따라오라고 한다.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시나이아 수도원. 대부분 본건물만 들여다보고 가던데 성당 왼편 공간으로 들어가면 자갈 깔리고 조용한 공간이 또 나온다. 분위기 굉장히 조용하고 신선했음.
수도원을 기준으로 1번길, 2번길이 있다고 보면 됨.

  성으로 바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지 않는 나 같은 뚜벅이라면 보통 시나이아수도원을 먼저 보고 거기서 성으로 가기 마련인데 길이 두 가지이다. 어느 길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성으로 올라갈 땐 1번길, 내려올 땐 2번 숲길로 내려오는 게 좋은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안 채로 간 것은 아니고 구글지도가 가라는 데로 간 것인데 1번길이 멀어보이고 갑자기 좁은 길로 가라 그래서 흠칫하고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론 좋았다. 

눈 덮인 산과 예쁜 주택들을 감상하며 걸어 올라가다가 오른쪽 사진의 샛길로 빠지면 수도원으로 진입하는 숲길이 나온다.

  아무래도 겨울이고 평일이다보니 나 처럼 걸어 올라가는 이는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지도에서 샛길로 들어가라 그럴 때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펠레슈성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차로도 올라오고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니 걷기 싫은 사람은 타고 올라오면 된다.

입장료가 비싸서(사진촬영값까지 3~4만원 정도) 조금 짜증났지만 1층에 들어서서 로비 벽이 초록색인걸 발견하고 행복해짐.

  티켓은 1층만/1,2층모두 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고 사진을 촬영하고 싶으면 허가비를 따로 내야 한다. 나는 모두 선택하여 총 4만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적당히 모이면 가이드가 나와서 투어를 해준다. 그래서 가이드를 들으면서 틈틈히 사진을 찍어야 한다. 가이드의 영어발음은 분명 잘 배운 사람의 영어가 맞는데 이상하게 잘 들리지가 않아 집중은 잘 되지 않았다. 사진촬영비를 낸 값을 뽕 뽑고 싶어서 각 방마다 셔터를 엄청 눌렀다.

왼쪽 방 같은 화려한 방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오른쪽 미팅룸에서 각 잡고 회의는 한 번 해보고 싶다.
대부분은 벽과 천장이 고급나무로 처리가 되어있지만, 왼쪽 사진처럼 동, 금으로 처리된 곳도 있다. 저 유리조명 정말 예쁨.
현재도 음악연주회가 열린다는 연주 공간. 저 오르간은 양면으로 되어있어 왼쪽 밀실연주공간에서도 켤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왕족이고 신격화된 사람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참 살 맛 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갈 땐 2번 길로.  멀리서 바라본 모습도 이쁘다. 요 주변에 살면 매일 이 길을 산책할 수 있겠다 싶다.
2번길은 걷기 좋은 숲 산책길이다. 기념품샵일 것 같은 상점들이 거의 문을 열지 않았다.

 

  처음으로 글보다 사진이 훨씬 많은 네이버블로그같은 페이지를 썼다.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펠레슈성은 정말 보는 게 다라서 어쩔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수도원을 찬찬히 둘러본 시간,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쁜 주택들과 눈 덮인 산을 보는 길이 참 좋았다. 성을 다 보고 내려와서는 역 아래쪽에서 길거리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상가들을 어슬렁거렸다. 돈을 많이 벌어서 즐비한 호텔 중 하나에 들어가 여름날에 숙박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수도인 부쿠레슈티로 가면 되니 왠지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내가 예약해놓은 기차는 2시간이나 기다려야해서 시나이아역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